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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벼운 내용입니다.
* 일본 고등학교, 대학교를 잘 몰라서 한국 패치 했습니다.
* 퇴고도 못했습니다. 양해를.. 부탁... 드려요...(징징)
* 캐붕... 캐붕을 주의해주세요...
“선배, 저 선배네 놀러가도 돼요?”
“엉?”
밥을 먹다 말고 선배는 눈을 둥그렇게 떴다. 나는 내 입을 따라 머뭇거리던 수저를 내려놓고 조금 더 진지하게 요청했다.
“부모님 결혼기념일이라 여행가셨거든요. 어차피 방학이라 훈련 마치고 저녁엔 집에 가야 하니까……. 혼자는 좀 그래서……, 선배만 괜찮으면 저녁, 같이 먹고 싶어요.”
“나 학원 때문에 늦게 들어올 텐데, 괜찮아?”
“군것질이라도 하고 있을게요.”
“에이, 운동하는 애가 무슨 군것질. 당장 다음 달에 시합 있잖아?”
선배가 두 손을 홰홰 내저으며 웃었다. 나는 다시 시무룩해졌다. 나름대로 용기와 합리성을 가지고 던진 말을 선배는 아주 깔끔하게 받아쳤다. 멋진 홈런이었다. 나는 더 이상 할 말이 없어 다시 수저를 들고 머뭇거렸다. 그런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선배가 금세 말을 이었다.
“저녁거리 해놓고 나갈게. 나 들어올 때까지 기다리기 힘들면 먼저 먹어.”
“……가도 괜찮아요?”
“그러엄. 우리가 언제부터 그런 거 묻던 사이였어?”
활짝 웃는 낯에 맘이 놓인다. 선배의 가벼운 타박에 나는 민망하게 머리를 긁적였다. 이미 다 식은 카레를 나는 입 안으로 우겨넣는다.
선배는 어른이었다. 나이로도, 머리로도 완벽한 어른이었다. 그러나 나는 아직 어른이 아니다. 선배를 뒤쫓아 가려면 한참이나 남았다. 선배는 나보다 한 달은 먼저 방학을 하고, 보름이 더 지나야 개학을 했다. 나는 방학 때 배구 연습으로 온 하루를 보내지만 선배는 아르바이트도 하고, 학원도 다니고 그런다. 결정적으로 선배에게는 내가 모르는 더 많은 친구들이 생겼다. 일주일에 두 번은 꼭 가서 술도 마시고 밥도 먹고 한단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선배의 일상은 아직 고등학생인 나와 아주 많이 달라졌다. 어릴 때에도 어른스럽던 선배는 지금 진짜 어른이 되어, 어른답게 술도 마시고 가끔 담배도 피우고 그랬다.
나는 줄곧 그런 선배가 낯설었다. 내가 모르는 선배의 친구들이 낯설고 가끔씩 우연히 마주칠 때마다 선배의 손끝에 걸려있는 가느다란 개비가 낯설었다. 황급하게 바닥에 불을 지져 끄던 선배의 목소리가, 그렇게도 멀게 느껴진 건 분명 유별난 일이었다.
그 날 이후로도 선배는 내게서 꾸준히 멀어져갔다. 그렇게 느낀 건 물론 나뿐이었겠지만, 선배는 스무 살이 된 이후부터 내게 너무 어려운 사람이 되었다. 선배는 그 사실을 전혀 자각하지 못하는 듯 했다. 그러나 나는 그것을 절대 말할 수 없었다. 성인이 된 선배의 모든 것을 질투하고 있는 사람은 나였다. 나는 그게 아주 유치하고 이기적인 감정이라 치부했다. 때문에 선배에게 절대로 들키고 싶지 않았다.
학원을 마치면 여덟시 반, 그리고 선배가 집에 돌아오면 아홉시였다. 저녁을 먹긴 너무 늦은 시간이었지만 내가 선배의 집에 놀러가겠다 고집을 부린 것은 내 나름대로 세운 대책이었다. 선배는 나와 있을 때엔 담배에 일절 손을 대지 않았다. 친구들에게서 온 연락도 확인하지 않는다. 내가 선배의 집에 함께 있는 그 순간만큼은, 선배는 온전히 내가 차지할 수 있었다.
사춘기
카게야마 토비오 × 스가와라 코우시
카게스가 전력 60분 ; 질투
선배가 방학을 했을 때, 나는 마침 시험 기간이었다. 도쿄에 합숙 훈련을 가려면 일정 수준 이상 성적을 받아내야 했기 때문에 내가 먼저 요구하지 않아도 선배는 선뜻 공부를 도와주겠다고 했다. 나는 단기간에 많은 양을 머릿속에 구겨 넣느라 반쯤 우는 얼굴로 선배의 설명을 들었다. 그런 나를 바라보다가 선배는 우스운 소리를 했다.
‘카게야마 같은 동생 있었으면 좋겠어.’
‘……별로 저한테 좋은 것 같진 않아요. 저는 이대로가 좋은데.’
‘그런 뜻은 아니고. 그냥 집에 혼자 살고 나서부터는 귀가했을 때 아무도 없는 게 조금 쓸쓸했거든. 카게야마가 딱─ 집에 돌아온 나를 반겨줬으면 좋겠는데.’
‘……제, 제가 졸업하면 같이 사는 건 어때요.’
그렇게 말하는 내 머리를 선배는 억세게 쓰다듬었다. 선배는 종종 그런 내 반응을 귀여워했다. 배구를 할 때처럼 두 눈이 초롱초롱해지는 게, 꼭 별을 박아놓은 것 같아서 예쁘다고 했다. 나는 잘 이해할 수 없었지만, 내가 선배를 볼 때와 비슷한 감정인 것이라고 생각했다. 선배는 늘 반짝반짝 빛이 났다. 연한 머리 끝자락에 걸린 땀방울과 조금 더 짙은 색의 눈동자는, 선배는 별이라고 했지만, 내 눈엔 그게 은하수였다. 저 하늘 높이에 떠있는 것만 우주가 아니었다. 내 곁에도 늘 우주는 있었다.
깜빡 잠이 들었다. 선배가 끌어안고 있었을 쿠션을 베고 나는 소파에서 눈을 떴다. 불은 환하게 켜져 있었지만 주위는 아주 조용했다. 벌떡 상체를 일으켜 선배와 꼭 닮은, 작고 깔끔한 방을 한 바퀴 둘러보았다. 아직 선배는 오지 않은 모양이다. 슬쩍 벽에 걸린 시계를 보았다. 시침은 아홉 시를 훌쩍 넘겼다. 나는 자리에 앉아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았다. 선배가 오지 않는다. 오 분, 십 분, 이윽고 한 시간이 지나니 슬슬 불안해진다. 나는 고개를 돌려 바깥을 바라보았다. 이 집에 들어올 때에는 붉었던 구름은 어느 새 숨고 없다. 온 세상이 까만 암실이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빌라 앞에서 기다리고 있을까 싶다가 그건 어쩐지 선배가 싫어할 것 같다는 생각에 관뒀다. 나는 바닥에 주저앉아 현관문을 뚫을 기세로 노려보았다. 시침은 그 새에 열 시도 지나갔다. 그러고도 이십 분을 더 지나서야 바깥에 기척이 들렸다.
발음을 정확하게 들을 수 없는 목소리는 분명 선배의 것이었다. 나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냅다 현관으로 내달렸다. 문고리를 잡기가 무섭게 벌컥 현관문이 열렸다. 코앞에 선배가 보인다. 조금 느리게 선배가 고개를 들어 나를 보았다. 훅 익숙지 않은 향이 났다. 나는 얼굴을 찌푸리고 와르르 쏟아지는 선배를 받아들었다.
“선배? 괜찮아요?”
“어어, 카게야마구나. 맞다, 오늘 온다고 했었지…….”
“선배 술 드셨어요?”
“으응, 너 있으니까 얼른 가야 한다구……. 그랬는데, 나 없으면 안 된다고 해서.”
선배가 배시시 웃는다. 딱 한 잔 했어. 검지로 제 뺨을 쿡 찌르면서 그렇게 말했다. 나는 술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지만, 적어도 선배가 딱 한 잔만 하고 온 게 아니라는 것은 알았다. 나한테 파묻히듯 기대고 죽 늘어진 선배의 몸을 끌어안고 나는 서둘러 문을 닫았다. 신발을 벗으라고 말했는데, 선배는 들은 체도 안했다. 결국 나는 자리에 쭈그려 앉았다.
“선배, 잠깐만요. 발 좀.”
“카게야마, 여기 있으니까 좋다.”
“예……. 내일도 올 테니까 얼른 신발 벗어요.”
한 손으로 선배를 받치고 나는 있는 힘껏 팔을 뻗어 선배의 운동화 뒤축을 벗겨냈다. 겨우 한 켤레를 벗겨내고 나는 선배를 부축해 방으로 들어왔다. 선배는 다리를 막 꼬았다. 이리저리 비틀대는 꼴을 보니 속에서 뭔가 부글부글 끓는 것 같았다. 선배를 소파에 간신히 눕히고 나서야 나는 얼굴에 흠뻑 흐른 땀을 손등으로 닦았다. 에어컨을 틀어놓아 방은 시원했지만, 술에 취한 선배를 들쳐 매는 일은 배구보다 벅찼다.
“선배, 괜찮아요?”
“으응. 나 씻어야 돼.”
“저녁은 먹었어요?”
“아니.”
“저녁도 안 먹고 술 마신 거예요?”
“헤헤…….”
선배가 또 웃었다. 그것에 나는 기어코 울컥했다. 술 냄새 풀풀 풍기는 선배는, 분명 나와 단 둘이 있었지만 내 차지가 아니었다. 같은 식탁 위에서 같은 음식을 먹으면서, 마주보고 이런저런 이야기들 나누는 게 내 작은 소망이었는데, 선배를 불러낸 친구들과 그 놈의 술, 술, 술, 그것 때문에 다 글렀다. 나는 한껏 토라져서 선배의 얼굴을 빤히 노려보았다. 불긋불긋 달아오른 뺨 끝이 자꾸 실룩였다. 잠시 눈을 감은 새에 꿈이라도 꾸는 건지 선배는 들리지도 않는 목소리로 웅얼거렸다.
“카게야마, 씻자.”
“저는 씻었어요. 따뜻한 물 틀었으니까 얼른 씻고 나오세요.”
“으응, 미안해.”
선배는 대뜸 웃통을 벗었다. 나는 화들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그런 나를 보고 선배는 쿡쿡 웃었다. 술에 취해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사람이, 그래도 나를 보고 웃을 생각은 하는 모양이다. 나는 선배가 욕실로 들어가는 내내 그쪽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내 나름대로 화가 났음을 어필하는 방식이었지만, 뭐 그럴 줄 알았다. 씨알도 안 먹혔다.
물소리가 들렸다. 그 새에 나는 오만 생각을 다 했다. 학원이 끝나고 집에 오려는 선배를 붙잡아 술을 마셨다는,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선배의 친구들에게 나는 부득부득 이를 갈았다. 선배는 한 잔만 마셨다지만, 내가 보기엔 절대 한 잔이 아니었다. 사람이 저 지경이 되도록 술을 부어준 것부터,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사람을 혼자 집까지 가도록 내버려둔 것까지 몽땅 맘에 들지 않았다. 더구나 선배의 한껏 풀린 저 모습을, 나 말고도,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보았을 것이었다.
물소리가 멎었다. 금세 선배가 수건을 걸치고 밖으로 나왔다. 볼 언저리는 여전히 불그스름했지만 제 다리로 바닥을 딛고 서는 걸 보면 어느 정도 술은 깬 모양이었다. 소파에 단정하게 앉아있던 나는 선배를 바라보고 섰다. 그제야 선배가 민망한 얼굴로 말했다.
“미안, 카게야마. 내가 주정을 좀 했네.”
“……괜찮아요?”
“이 정도야 뭐, 늘 있는 일이니까.”
늘 있어요? 그렇게 되물으려다 말문이 막혔다. 뱃속에서 요란한 소리가 들렸던 탓이다. 훈련이 끝난 이후로 아무것도 먹지 않아 텅 빈 위장이 괴상한 소리로 울었다. 선배는 당황한 표정으로 내게 물었다.
“밥, 안 먹었어? 설마 지금까지 기다린 거야?”
나는 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대답은 하지 못했다. 누가 성대를 꽉 움켜쥐기라도 한 것처럼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다음 순간 선배가 놀라 까무러친 얼굴로 나를 보았다. 한달음에 달려와서 내 뺨을 쓰다듬더니 선배가 말했다.
“카, 카게야마. 울어?”
“…….”
“왜, 왜 울고 그래.”
그제야 나는 내가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선배는 수건도 바닥에 내던지고 허둥지둥 나를 쓰다듬었다. 나는 내가 울고 있음을 알았지만 뚝뚝 방울져 흐르는 눈물방울을 닦을 생각조차 못했다. 내 눈앞에 서있는 선배를 보고도 그치지 않는다. 나는 나대신 뺨을 닦아주던 선배를 와락 끌어안았다.
“미안해, 카게야마. 응? 울지 마.”
“……선배 나빴어요.”
나는 울먹이는 목소리를 쥐어짜 있는 힘껏 말했다. 선배는 내 등을 부드럽게 다독였다. 이제는 별로 당황하지 않는 것 같다. 그래, 선배는 어른이었다. 늘 나보다 앞에 서서 나를 잡아주고, 내가 어려운 일이 있으면 지금처럼 다독여주는 좋은 어른이었다. 어른은 다 이렇게 알기 힘든 걸까? 나는 어려서 선배를 향한 마음을 도무지 주체할 수가 없는데, 나도 어른이 되면 이게 조절이 될까. 나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는데 선배는 알았어, 미안해, 하면서 내 등을 두드렸다. 그 목소리에 나는 다시 작아진다. 선배의 어깨에 왈칵 울음을 쏟아냈다.
소파에 선배와 나란히 앉았다. 선배는 내게 뽀송뽀송하게 마른 새 수건을 건넸다. 나는 축축해진 얼굴을 벅벅 닦았다. 선배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이제 좀 진정했어?”
“……네, 죄송해요.”
“아냐. 네가 그렇게 속상해할 줄은 몰랐어. 미안해.”
“선배.”
무릎을 끌어당겨 안은 선배가 그 위에 오른뺨을 기댄 채로 나를 보았다. 선배의 얼굴은 도로 하얗게 바뀌어 있었다. 진동을 하던 술 냄새도 조금 수그러들었다. 나는 크흥 하고 코를 먹으며 우물쭈물했다.
“저는……, 그러니까, 선배가 너무 어려워요. 제가 선배보다 두 살 어려서 그런 건가, 저는 선배만 보면 자꾸 불안해지고 그래요. 방금도 그랬어요. 나는 선배가 없으면 안 되는데 선배는 내가 없어도 괜찮아 보여요. 그게 아니란 거 아는데……, 그냥 자꾸 제 마음이 그래요.”
선배는 잠자코 내 말을 들었다. 그 빤한 시선이 조금 부담스러워 나는 고개를 숙였다. 선배는 늘 어른스럽다. 아직도 그보다 두 살이나 어린 나는 선배의 의중을 따라잡기도 숨이 찼다.
“카게야마.”
“……예.”
“지금 질투하는 거지?”
장난 가득한 얼굴로 나를 향해 묻는 그 말에 나는 술에 취한 선배처럼 얼굴이 확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선배는 즐겁게 웃으며 내 목을 와락 끌어안았다. 그리고 귓가에 속삭이듯 나를 능숙하게 달랜다. 나는 또 속절없이 끌려갔다.
“좋아해, 카게야마.”
“……저도요.”
“진짜로 좋아하고 있어.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붉어진 눈가를 선배가 엄지로 부드럽게 쓸어주었다. 나는 웃을 듯 말 듯 선배를 말끄러미 바라보았다. 나를 담는 동그란 우주에는 분명히 나와 같은 마음이 담겨있는데, 내가 그렇듯 선배도 늘 나를 보고 있는데 도대체 무엇이 그렇게 두렵고 불안한 건가 싶다. 나도 모르겠는 내 마음을 선배는 다 안다는 듯 나를 보고 웃었다. 아아, 어쩔 수 없다. 나는 아직 어리고, 선배는 나보다 몇 발은 앞서 간 어른이었다.
“고마워, 카게야마.”
“예?”
“아냐. 배고픈데 밥부터 먹을래? 너무 늦었지만.”
그래도, 이대로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다. 선배는 선배의, 또 나는 나의 방식이 있는 것뿐이다. 선배는 난생 처음으로 나를 불안하게 했으나 또 동시에 달콤한 위로와, 좋아한다는 말 한 마디로 내게 해방감을 주었다. 결국에 내가 내릴 답은 제자리걸음이다. 나는 선배를 좋아하고, 선배는 나를 좋아한다.
“……저는 카레 해주세요.”
선배가 맑게 웃었다. 나는 어리광이라도 부리듯 선배에게 와락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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