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간과 초능력자가 대립하는 세계관으로, 아포칼립스에 가까운 설정들이 등장합니다. ※ 다소 잔인한 묘사, 등장인물들의 죽음 소재가 있습니다. 에덴에 전용 상담소가 생긴 지는 그리 오래지 않았다. 인간을 향한 초능력자들의 맹공이 쉴 새 없이 몰아치던 때에는 그런 것까지 신경 쓸 여유가 없었지만, 전쟁이 소강상태에 접어들면서 사람들이 가진 정신적, 심리적 문제들을 치료하기 위에 뒤늦게 상담소가 만들어진 것이다. 병원 건물에 함께 딸려있는 상담소는 꽤 체계적으로 이루어져있어서, 특히 현장에 자주 투입되는 전투요원들의 경우 개인 상담사가 한 명씩 붙어 가장 가까이서 케어해주도록 되어있다. 시라부는 현장 전술을 담당하는 팀에서도 전반적인 데이터 및 긴급 전략을 지원하는 요원이었으므로 역시 전담 상담사가 있었다...
※ 인간과 초능력자가 대립하는 세계관으로, 아포칼립스에 가까운 설정들이 등장합니다. ※ 다소 잔인한 묘사, 등장인물들의 죽음 소재가 있습니다. 세미 에이타는 죽었다. 초능력자들을 유인해 리미테이션 건의 결계로 건물 안에 가두고, 우주의 위성에서 떨어뜨린 텅스텐 막대로 그 지역 째 날려버리는 게 최종 목표였던 작전 ‘크레이터’에서 실패로 인한 희생을 최소화하기 위해 스스로 사지에 뛰어들어 죽었다, 말끔하게. 급소는 아니었지만 복부가 찢어져 이미 출혈이 심각했고 마지막에는 그 붉은 머리의 초능력자가 쏜 총알에 머리를 꿰뚫렸다. 내장 안으로 꾸역꾸역 피가 밀려드는 감각, 차가운 금속이 피부를 찢고 뼈를 뚫고 마침내 뇌까지 관통하는 잔혹한 느낌이 소름끼칠 만큼 선연했다. 길게 산 인생은 아니었지만 주마등처럼 그..
※ 예전에 하던 원고인데 더 이을 것 같지 않아 쓴 부분까지만 공개합니다. ※ 인간과 초능력자가 대립하는 세계관으로, 아포칼립스에 가까운 설정들이 등장합니다. ※ 다소 잔인한 묘사, 등장인물들의 죽음 소재가 있습니다. 건물은 무너지기 일보직전이었다. 기둥이 무너져 철근이 콘크리트 사이로 드러났다. 이미 몇 층은 바닥이 기운 상태였다. 무전에서 신속하게 건물 밖으로 대피하라는 오더가 떨어졌다. 천둥이 치는 것처럼 콘크리트가 무너지는 소리가 우렁차게 귓속을 에운다. 통신이 원활하지 않아 엉망으로 엉킨 잡음이 듣기 싫어 트랜시버를 빼낸 카와니시는 멈추지 않고 부지런히 달렸다. 떨어지는 콘크리트 천장에 얻어맞아 허벅지가 아프게 부풀었지만 멈출 수는 없었다. 아직 세미가 이곳에 있다. 데리고 빠져나가야 했다. 그..
*오이스가 온리전3 - 오이렇게아름다울스가3에 발간 예정인 소설회지의 미리보기입니다.*미리보기는 총 3편으로 구성되어있습니다. 다리 관절을 움직이게 하는 프레임 안쪽의 동력로가 완전히 녹았다. 잘리거나 뚫린 게 아니고 고에너지를 집적한 빔 같은 것에 물고기처럼 꿰인 모양이었다. 속도 때문에 단면이 미세하게 휘긴 했지만 이건 원거리에서 쏘는 빔 형태의 라이플이 아니고 빔 사벨이다. 하지만 빔 사벨이 이 정도 출력을 낼 수 있다는 사실은 의미가 명확한 단면을 보고도 의구심이 들게 했다. 다리 프레임의 동력로만 망가진 게 아니었다. 파일럿이 타고 있는 콕피트와 모빌슈트의 엔진을 잇는 핵심 동력로가 부서졌는데, 도대체 어느 방향에서 어떻게 공격한 건지 도무지 감도 오질 않았다. 중요한 부품이니만큼 모빌슈트 내에..
*오이스가 온리전3 - 오이렇게아름다울스가3에 발간 예정인 소설회지의 미리보기입니다.*미리보기는 총 3편으로 구성되어있습니다. Daybreak's Bell오이카와 토오루 × 스가와라 코우시w. Ryria “소문 들었어?” 아카아시는 본의 아니게 옆 테이블에 앉아있던 사관생도 셋의 이야기를 엿듣게 되었다. 고의로 그런 것은 아니고, 마치 전세라도 낸 듯 시끄럽게 떠들고 있는 그들의 목소리가 워낙 큰 탓이었다. 보통 사관생도들이 하는 얘기란 것들은 대부분 뻔해서 그리 귀 기울일 만한 화젯거리는 아니었지만, 그 중에 아카아시의 이목을 잡아당긴 이야기가 있었다. “소행성 밀집 영역에 모빌슈트를 타고 들어가면 하얀 악마가 나타나서 전부 부숴버린대. 연합이고 제국이고 할 것 없이 전부 다. 근데 더 웃긴 게 뭐냐면..
*오이스가 온리전3 - 오이렇게아름다울스가3에 발간 예정인 소설회지의 미리보기입니다.*미리보기는 총 3편으로 구성되어있습니다. 콜로니의 생활은 무료하다. 생활을 위해 주변을 점검하고 밭을 갈아 식량을 얻는 과정을 제외하면 특별히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주로 전파가 잡히는 라디오를 듣거나, 밖에 나와 산책을 하거나 했다. 통신망이 없어 접할 수 있는 미디어가 한정적이었으므로, 대부분 코우시가 종종 여는 역사 강의라든지, 모빌 슈트의 기술 강의 따위를 들었다. 유일하게 콜로니가 시끌벅적해지는 때는 바로 주기적으로 보급 물자가 도착하는 날이었다. 순찰 겸 콜로니 생활에 필요한 물품들을 지급하기 위해 떠난 모빌 슈트들이 귀환하는 날엔 다들 들떠있었다. 운이 좋으면 밭에 심을 수 있는 새로운 종자나, 아이들이 가..
*세터온에 발간될 신간 미명의 미리보기입니다.*스가와라 코우시, 세미 에이타가 주인공인 논커플링 글입니다. 죽은 땅. 지구를 덮친 재난에 보호 구역처럼 캡슐도 없이 노출되어 손쓸 방법 없이 망가진 땅을 군 소속 파일럿들은 우스갯소리로 그리 불렀다. 확실히 펼쳐진 광경을 보면 틀린 말은 아니었다. 나는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제국의 수도를 울타리처럼 감싸 안고 있는 거대한 캡슐을 지나니 하늘도 땅도 온통 누런 먼지로 가득했다. 보호 구역의 안팎은 대기까지 철저하게 차단된 상태였으니 외곽 지역의 주민이 아니라면 바깥의 상태를 전혀 모를 정도로 땅의 상태는 극과 극이었다. 나무도 풀도 없다. 푸른색이라곤 하나 찾아볼 수 없는 황량한 환경이었다. 이런 곳에서 사람이 살 수 있는 건가. 저곳에 살고 있을 사람..
*아름다운 카게스가 엽서 그려주신 시린님 헌정글입니다. 카게야마가 어릴 때부터 살았던 동네에는 자그마한 신사가 있었다. 그에게 신이란 너무 어렵고 복잡한 존재였으므로, 신사의 기원이라든지 신사에서 모시는 신의 이름이라든지, 카게야마는 그런 것들엔 영 흥미가 없었다. 다만 신사를 방문하는 것 자체는 좋아했다. 적당히 높은 언덕에 위치하고, 키가 큰 나무와 수풀이 적당히 우거져 공기가 맑았으며 신사 뒤쪽으로 난 좁은 산책길은 등나무가 흐드러져있어 로드워크하기엔 최적의 장소였기 때문이다. 동이 트지 않은 새벽부터 일어나 신사를 한 바퀴 돌고 오면 땀방울이 이슬에 섞여 콧잔등에 맺히곤 했다. 여름에도 유난히 선선했던 그곳의 맑은 공기를 카게야마는 기꺼워했었다. 자라고 난 뒤에도 틈만 나면 카게야마는 신사를 찾았..
낡은 일기카와니시 타이치 × 세미 에이타w. Ryria 그날따라 새벽 공기가 유난히 매서웠다. 겨우 요 며칠 편안히 잠에 드나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카와니시는 몸을 뒤채다 결국 이불을 걷어찼다. 바깥에서 바람이 웅웅 우는 소리가 어지간히 시끄러웠던 탓이다. 신력이 돌아오지 않았으니 바깥의 흐름들이 카와니시에게 속삭이는 소리일 리도 없건만 나뭇잎 사이를 헤집은 강풍은 가지에 찢길 때마다 끼익끼익 듣기 싫은 소리를 냈다. 카와니시는 자리를 털고 일어서 창문을 열었다. 아귀가 뻑뻑한 나무 창틀을 힘주어 밀었더니 그 새로 바람이 얼굴을 할퀴고 지나간다. 카와니시는 미간을 찌푸렸다. 비단 날카로운 바람 탓만은 아니었다. 동이 터올 시각의 이슬이 타는 냄새는 아니었다. 카와니시는 활짝 열었던 창문을 황급히 당겼다..
*2017년 12월 3일 카와세미 교류회 '꽃가루 주의보'에 발간된 배포용 글입니다.*게이샤 카와니시의 이야기. 예자화藝者話카와니시 타이치 × 세미 에이타w. Ryria 나는 두 해 전 처음으로 나를 지명한 귀부인의 댁에 간 일을 기억한다. 유곽에서의 정식 교육 과정을 마치고도 보통은 한 달 길면 세 달을 아무것도 하지 않고 기다리기만 해야 하는 게이샤의 운명 치고 나는 시일이 빨랐다. 그랬으므로, 아직도 당시 선망의 눈으로 나를 보던 동기들의 얼굴이 선하다. 네 얼굴 반반한 건 알았지만 그렇게 높으신 부인에게 불려가다니 네 놈 운이 참 좋다. 대모의 애정을 담뿍 받던 한 동기 아이가 그리 말했었다. 그러게. 나는 별 생각 없이 마르게 웃었다. 지명이란 이곳 유곽의 모두가 목을 빼고 기다리는 것이었지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