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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스가 온리전3 - 오이렇게아름다울스가3에 발간 예정인 소설회지의 미리보기입니다.

*미리보기는 총 3편으로 구성되어있습니다.












Daybreak's Bell

오이카와 토오루 × 스가와라 코우시

w. Ryria













소문 들었어?”



아카아시는 본의 아니게 옆 테이블에 앉아있던 사관생도 셋의 이야기를 엿듣게 되었다. 고의로 그런 것은 아니고, 마치 전세라도 낸 듯 시끄럽게 떠들고 있는 그들의 목소리가 워낙 큰 탓이었다. 보통 사관생도들이 하는 얘기란 것들은 대부분 뻔해서 그리 귀 기울일 만한 화젯거리는 아니었지만, 그 중에 아카아시의 이목을 잡아당긴 이야기가 있었다.



소행성 밀집 영역에 모빌슈트를 타고 들어가면 하얀 악마가 나타나서 전부 부숴버린대. 연합이고 제국이고 할 것 없이 전부 다. 근데 더 웃긴 게 뭐냐면, 그렇게 반파되어서 돌아온 모빌슈트의 파일럿들은 아무도 죽지 않았다는 거야. 심지어 다친 곳도 없었대. 모빌슈트는 동력로가 아예 끊겨서 더 움직일 수도 없는 상태였는데 말이야.”



소문이란 언제나 과장되기 마련이라 일전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던 것이었다. 하지만 아카아시가 저 이야기를 들은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일주일 전에도 우주에서 내려온 아카아시의 상사가 같은 이야기를 했다. 대부분의 소문은 허무맹랑한 것들뿐이지만 그게 반복해서 쌓인다는 건 아주 없는 얘기는 아니란 뜻이다. 무엇보다 이 이야기가 어쩌면 최근 노튼 연합과의 관계가 악화된 일의 시발점이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이야말로 과장이다. 아카아시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요즘 부쩍 부대가 술렁이는 일이 잦았다. 노튼 연합이 선전포고나 다름없는 선언문을 공식적 자리에서 발표했기 때문이다. 지구에 있는 사람들의 생명줄을 쥐고 노튼이 일방적으로 협박하는 거라며 항의하는 제국의 정치인들도 고개를 숙일 뿐 누구 하나 나서서 상황의 불합리함을 언급하지 않았다. 지난 시간 동안 눈부신 발전을 이룩했다고는 해도, 아직 우주 개발에 있어서 엔리우스는 노튼보다 뒤쳐져있다. 기반 세력 자체가 달랐기 때문이었다.


지구를 포함한 태양계, 특히 화성 권역에는 이미 기술 발전의 흔적들이 발 디딜 틈도 없이 가득 차있었다. 경쟁적으로 서로를 견제하며 발전하고 있는 연합과 제국의 무분별한 개발 앞에선 광활한 우주조차 작았다. 인간들이 새로이 찾은 답은 더 넓고 먼 우주로의 진출이었다. 더욱이 지구에 기반을 둔 엔리우스는 시간이 없었다. 거대한 기계를 돌려 강제적으로 사람이 살 수 있는 땅을 다져두고는 있지만, 그게 언제까지 버텨줄 거라고 믿을 수는 없었다. 좁은 우주로의 진출로를 뚫고 노튼과 어깨를 나란히 한 것이 고작 십 년, 숱한 방해와 전쟁으로 엔리우스의 본격적인 우주 진출은 속도가 아주 더뎠다.


더 넓은 우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노튼처럼 독자적 기술 개발이 필요했다. 엔리우스는 많은 자본과 인력을 들여 작은 대륙 규모의 초거대 외우주항행선의 개발에 착수했고, 오랜 시간에 걸쳐 완성 단계에 이른 함선은 외부 성계로의 출발을 앞두고 있었다. 개발부터 건조 단계까지 전부 순조로웠다. 전쟁으로 우주가 흉흉한 와중에도 지구의 기술자들은 희망을 잃지 않기 위해 쉬지도 않고 일했다.


그런데 최근 노튼 연합 측에서 외우주항행선의 비행경로를 문제 삼은 것이다. 다 된 밥에 흙을 뿌리는 격이었다. 태양계를 벗어나 가속 영역에 돌입하기 위해 노튼과 협상 하에 공동 구역으로 지정한 항로를 지나야 하는데, 그곳이 공동 구역으로 기능할 수 있는 것은 어디까지나 모빌슈트의 이동 경로로 사용할 때일 뿐이라며 노튼이 엄포를 놓았다. 제국의 입장에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이미 온갖 우주 쓰레기들로 가득한 태양계에서, 소대륙 규모의 거대한 함선이 어떤 충돌도 없이 지나갈 수 있는 영역은 아주 제한적이었기 때문이다.


전쟁이 있기 전에는 이렇게 상황이 나쁘지 않았다. 엔리우스뿐만 아니라 노튼 역시 마찬가지였다. 노튼은 고에너지의 대규모 충돌로 인해 발생한 블랙홀을 워프 장치에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많은 자본을 들여 개발하는 중이었다. 그러나 일찌감치 워프 이론을 창제했던 노튼 박사가 우주 전쟁 중에 돌연 자취를 감추었고, 끝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된 이후로 개발에 커다란 차질이 생겨버린 것이다. 이미 특수형 전투 모빌슈트인 건담에 있어서 우주에서는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기술력을 지녔지만 그것 역시 연구의 중추가 된 노튼 박사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 노튼 박사의 사망이 공식화되고 그의 산하 연구원들 역시 행방이 묘연해지면서 노튼의 거칠 것 없던 기술 발전에 제동이 걸려버렸다.


양쪽 진영 중 누구 하나가 괴멸할 때까지는 멈추지 않을 것처럼 보였던 우주 전쟁은 노튼 박사의 사망을 기점으로 멈췄다. 엔리우스로서는 다행인 일이었다. 노튼이 일시적으로 물러서고, 겨우 한숨 돌린 엔리우스가 부랴부랴 우주로의 진출을 본격적으로 준비하면서 전쟁은 일단락되었다. 노튼은 더 이상 엔리우스의 우주 진출을 문제 삼지 않았다. 다만 협상을 통해 여전히 우주에서는 자신들이 우위에 있음을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


달칵 문이 열렸다. 아카아시는 조심스럽게 문틈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그렇게 늙은 것도 아니면서 벌써 머리가 희끗희끗한 아카아시의 아버지가 어두운 표정으로 서류를 읽고 있었다. 한 발 늦게 아카아시를 발견한 그가 쓰고 있던 안경을 벗으면서 인사했다.



왔구나.”

시키실 일이 있다고요.”



그의 아버지는 지상군의 지휘를 담당하고 있는 지휘관이었다. 그는 조만간 노튼의 선언과 관련된 협상을 위해 우주로 향할 예정이었다. 당연히 아카아시도 호위 병력에 편성되어있었다.



너는 노튼이 아니라 소행성대로 가줘야 할 것 같다.”

그게 무슨……. 소행성대에는 왜?”

협상이 실패해서 공동 항로로 함선을 진행시킬 수 없을 때에 차선책으로 제국이 선택한 길이 그곳이야.”

……하지만 거기엔 콜로니들이 있지 않습니까? 규모가 작긴 하지만…….”



그가 얼굴을 찌푸리고 짙게 한숨을 내쉬었다. 영 내키지가 않는다는 표정이다. 무어라 더 말을 이으려던 아카아시는 입을 다물었다. 이런 일을 가장 싫어하는 사람이 바로 아카아시의 아버지 본인이었다.



험한 일을 시키려는 게 아니야. 단순히 순찰만 하고 오면 된다. 콜로니가 드문드문 산개해있어서 항로를 고정하는 데에 어려움은 있겠지만, 민간 피해는 최대한 없도록 할 테니……. 아무튼, 네가 할 일은 정찰이다. 이미 행동이 빠른 놈들로 부대도 꾸려놨으니 네가 이끌어라.”

단순히 정찰뿐이라면, 알겠습니다.”



아카아시에겐 그의 말을 거절할 명분이 없었다. 아카아시의 아버지이기도 했지만 관계를 제외하더라도 그는 아카아시에게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굳이 정찰이라니. 소행성대에 존재하는 콜로니에 대해서는 아카아시도 이야기만 들었다. 예의 소문도 그렇고 그곳은 어쩐지 가기가 꺼려지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콜로니가 여전히 가동 중인 것까지 확인이 되었지만 거기에 누가 살고 있는지, 어떻게 살고 있는지는 알지 못했다. 제국도 연합도 그런 곳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단순 정찰이라면 위험한 일은 없겠지. 새카만 우주를 두려워하기도 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아카아시는 우주에서의 전투에 더 익숙한 편이었으므로 만에 하나 정체불명의 습격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어느 정도 대처가 가능할 것이었다. 아카아시는 아버지가 건넨 서류를 훑었다. 아카아시가 대동하고 우주로 출격할 파일럿들의 명단이었다.



아버지는 예정대로 출발하십니까?”

아아. 변경은 없다.”

협상이 긍정적으로 진행되었으면 좋겠는데요.”

그러게 말이다.”



그가 기운 없이 웃었다. 요 근래 부쩍 지친 모양이었다.


아카아시의 아버지는 군인이었지만 전쟁에는 소극적이었다. 최대한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해결하려 했고, 전장에 나서는 것을 늘 꺼려했다. 그가 지상군을 맡게 된 것도, 노튼과의 접촉이 빈번한 우주에서의 전투 경험이 최근엔 전무하다시피 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그만큼 싸움을 싫어했다. 외우주항행선의 경로에 문제를 제기한 노튼의 행동에 그가 짙은 시름에 잠긴 것도 아카아시에겐 충분히 예견 가능한 일이었다.


아카아시의 집안은 대대로 제국의 군인을 배출했다. 아카아시 본인도, 그의 아버지와 할아버지까지 전부 엔리우스의 군인이자 장교였다. 그럼에도 그의 아버지가 전쟁이나 싸움을 싫어하는 이유는 반대로 그의 할아버지가 아주 강경한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아카아시는 생전에 할아버지를 본 적이 없었다. 그는 30년 전 발발한 우주 전쟁에서 목숨을 잃었다고 했다. 주변 사람들의 설명에 따르면 그는 아주 호전적인 사람으로, 제국과 국민들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전쟁도 살인도 불사했다고 한다. 제국은 그의 충성심을 높이 샀고, 덕분에 아카아시의 집안은 여전히 엔리우스에서 높은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랬으니 그런 부친을 보고 자란 아카아시의 아버지가 전쟁이나 싸움을 끔찍이 여기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골치가 아파. 외우주항행선의 완성이 머지않았는데.”



이미 수명이 끝나다시피 한 화성권을 벗어나, 사람이 살 수 있는 새로운 땅으로 갈 수 있는 기회였다. 여전히 지구권에 머물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실낱같은 희망이었다. 바꿀 수 있는 경로가 있다면 그곳을 이용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물어볼 수도 있겠지만, 아카아시는 결국 그 일도 그의 아버지가 원하지 않는 것임을 이미 알고 있다.


소행성대 콜로니는 30년 전 지구에서 버려지듯 쫓겨난 사람들이 살고 있는 터전이다. 그 일련의 과정들을 직접 두 눈으로 보았던 아카아시의 아버지에게는, 다시 한 번 그들의 땅을 빼앗을 용기가 없었다.


소행성대에 위치한 작은 콜로니들은 인공적으로 만든 중력장 주위를 원형으로 돌고 있다. 외우주항행선의 안전한 비행을 위해서 소행성대를 가득 채우고 있는 크고 작은 운석들을 전부 파괴해야 했는데, 그 과정에서 콜로니를 유지하고 있는 중력장이 무너질 위험이 있었다. 외우주항행선의 크기가 아주 거대했기 때문에, 보통 규모의 폭발로는 무사히 경로를 확보할 수 없다는 것도 커다란 문제였다.



……잘 될 거라고 믿어요.”

잘 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는 일이야.”



아카아시는 속으로 생각했다. 노튼 박사가 없어 연구의 핵심을 이끌어갈 인물이 연합에도 존재하지 않는다면, 굳이 노튼과 협상을 하지 않아도 무력 충돌로 충분히 그들을 제압할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결코 그가 듣는 곳에서 입 밖에 내어선 안 되는 소리다. 그는 전쟁을 단순히 싫어하는 게 아니다. 죽어가는 사람들,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서로 피만 뿌린 지난 20년의 전쟁을 그는 전부 기억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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